스크랩, 풍경들과 잡다한것들

송구영신

실을1 2014. 12. 30. 11:26

 

 

 

 

김기포 기계중앙교회 목사님의 송구영신 중에서

 

 

바야흐로 묵은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송구영신이다. 2014 한해는 정말 다사다난했다. 우리사회는 어느 때보다 눈물과 아픔이 많은 한해였다. 또한 우리 사회에 독버섯처럼 번져 있는 심각한 암세포 덩어리들이 폭발하는 한해였다.

우리나라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70년대 초반부터 고성장 경제정책을 추진해왔다. 그것은 우리도 잘살아보자는 몸부림이었다. 그러나 잘산다는 것이 경제적이고 물질적인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한국경제의 성장 이면에는 도덕성이 결여됐고 사회적인 윤리가 뒷받침 되지 못해서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더군다나 한국경제의 성장이 멈추면서 우리사회 분야에 누적된 그동안의 모순들이 마치 암덩어리처럼 일어나게 되었다. 모든 총체적인 위기적 징후가 '세월호 침몰사건'으로 집약돼 일어났다. 세월호 사건은 우리사회가 물질지상주의, 성장제일주의 그리고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우리 사회의 비윤리적인 폐단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세월호 사건은 단순히 세월호가 침몰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비도덕적인 양심의 침몰이요 대한 민국전체가 침몰되는 충격을 안겨주었다.

교수들이 2014년을 되돌아보는 사자성어로 '지록위마'(指鹿爲馬) 꼽았다. 지록위마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부른다는 뜻이다. 이것은 남을 속이려고 옳고 그름을 바꾸는 것을 비유하는 표현이다. 지록위마는 우리사회의 부패와 비인간적인 모습을 풍자한 것으로 특히 정치적으로는 윗사람을 농락해 자신이 권력을 휘두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록위마는 사기(史記) 진시황본기에 나오는 사자성어다. 진시황이 죽자 환관 조고가 태자 부소를 죽이고 어린 호해를 황제로 세워 조정의 실권을 장악한 호해에게 사슴을 바치며 "좋은 마리를 바칩니다" 거짓말한 것에서 유래했다. 호해는 "어찌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오"라며 신하들에게 의견을 물었고 조고는 사슴이라고 말한 사람을 기억해 두었다가 죄를 씌워 죽였다고 한다.

삼국유사에 "임금님 귀는 당나귀 "라는 이야기가 있다. 경문왕은 왕이 되고 갑자기 귀가 길어져서 나귀 귀처럼 되었다. 사실을 아는 사람은 왕의 두건을 만드는 복두장(?頭匠) 사람뿐이었다. 그는 이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다가 죽을 때가 되어 도림사 대나무 숲에 들어가 "우리 임금의 귀는 나귀 귀와 같다" 외쳤다. 바람이 때마다 대나무가 서로 부딪치며 그런 소리가 났다. 그러자 왕은 대나무를 베고 자리에 산수유를 심게 했는데, 뒤로는 "우리 임금의 귀는 길다" 소리가 났다고 한다.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 말의 진의는 임금님은 당나귀처럼 내면의 귀를 가지고 백성의 소리를 경청하라는 뜻이다. 요즘 말로하면 소통의 능력이다. 당나귀 귀는 긍정적으로는 국민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말도 되고, 부정적으로는 귀가 엷어서 의심이 많고 고집이 세다는 말도 된다. 아무튼 정치권이나 우리사회의 지도자들이 새겨들어야 말이다.

2014년은 수많은 사슴들이 말로 바뀐 해였다. '세월호 참사' '정윤회의 국정 개입사건' '대한항공의 땅콩회향' '헌재의 통합진보당의 해체' 온갖 거짓과 술수와 비진리가 진실인양 우리 사회를 혼란스럽게 했다. 우리사회의 어느 구석에서도 말의 진짜 모습은 없는 슬픔의 한해였다. 이제 상처와 아픔이 많았던 2014 말의 해는 지나가고 2015 양의 해가 다가온다. 2015 양의 해는 양처럼 순한 한해가 있을까? 새해엔 양을 양이라고 하고, 사슴을 사슴이라고 말하는 양심과 진실이 살아 있는 사회가 되기를 기도한다. , 슬픔과 아픔이 많았던 2014년이여! 송구영신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