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선운사, 마지막 가을 만나고 오는 길(펴온글) | ||
ㆍ바스락 발소리마음, 물들다 여기는 고창 선운사 도솔암 뒤 나한전이다. 단풍은 졌고, 산은 조용해졌다. 수험생 부모처럼 머릿속이 복잡한 여행자들이 휘적휘적 사색하며 걷기 좋은 때이다. 돌아오는 길에 도고온천도 들렀다. 거기도 한가했다.
△선운사 선운사는 사색 여행지라고 할 만하다. 길이 좋아서다. 길 이야기를 하려면 절 이야기부터 해야 한다. 먼 옛날 절을 세운 사람들은 참배객의 마음 가짐을 고려했다. 이를테면 산 어귀 개울가에 다리를 놓고 청심(淸心) 세심(洗心)이란 이름을 붙였다. 일단 불가의 영역에 들어오기 전 마음을 닦으란 뜻이다. 그후 일주문을 통과한 뒤 불이문에 닿게 가람을 배치했다. 불이(不二)란 부처와 중생이 둘이 아니고, 세속의 세계와 부처의 세계가 둘이 아니란 뜻이다. 참배자가 부처에게 나아갈 때 단계적으로 마음을 여미란 의미를 담아 절을 세웠던 것이다. 그런데 세월이 변했다. 옛날처럼 먼길을 걸으며 마음을 가다듬을 틈도 없이 절 턱밑까지 차가 들어온다. 속(俗)의 마음을 들고 부처의 세계에 도달하게 된다. 반면 선운사는 다르다. 물론 선운사도 주차장에서 대웅전까지 10분이면 간다. 선운사의 가장 큰 매력은 선운사 대웅전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이다. 끝은 도솔암 마애불이다. 선운사 앞에서 흙길을 밟아 40~50분 동안 걸어야 한다. 힘들지는 않다. 길은 편편하다. 바로 이 길이 선운사의 하이라이트며 사색의 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선운사를 둘러보자. 평지사찰인데 절이 어수선해 보이지 않는다. 강당과 대웅전, 그리고 여러 법당들이 한 마당에 펼쳐진다. 법당이 너무 조밀하게 배치돼 있거나 어수선하게 펼쳐져 있으면 단아암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절은 크되 헤벌어지지 않았다. 도솔암 가는 길은 볼거리가 많아서 좋은 것은 아니다. 장사송이란 솔나무 한 그루 외엔 눈에 띄는 낙락장송도 없다. 평범하고 잘디잔 나무들이 부처에게로 가는 길에 서 있다. 곁눈질 하지 않고 사색하며 걸을 수 있어 좋다. 그 길 끝에 도솔암이 있다. 도솔이란 무슨 뜻인가? 불국토다. 기독교로 치면 천국이다. 대부분의 절이 일주문에서 대웅전까지를 부처의 영역으로 삼았다면 선운사는 산 전체가 부처의 길이고 땅인 셈이다. 도솔암은 새로 지어서 운치는 없다. 도솔암 뒤에 나한전이 작지만 마음이 더 간다. 나한전 옆 바위절벽에 미륵불이 새겨져 있다. 나한전 옆 계단에 오르면 내원궁이다. |
지난 가을 선운산 산행시 한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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